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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의 간결성에 대해서
    카테고리 없음 2020. 11. 4. 11:11

    Computer programming (정확히는 embedded system programming)을 직업으로 하다보니 영어보다 programming language가 나는 더 친숙하다. 예를 들어, if... then...으로 syntax가 고정되면 좋으려만, 영어로 얘기할 때 혹은 글을 쓸 때 then을 넣는 경우는 그리 없다, if 절(clause)이 아주 길지 않은 이상. 차라리 에스페란토처럼 사람들이 나중에 일부러 만들어낸 공용어로 얘기하면 어떨까... 그러면 나도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하지만, 영어는 당분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심지어, Python조차 영어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처럼. (Python은 영어를 따라가기 위해 자체 문법조차 중복을 허용하고 있다, "if not a_variable is None"이 더 컴퓨터스러운데, "There is only one way to do it"이라던 그 잘난 규칙을 무시하면서까지, "if a_variable is not None"으로 써도 된다. T.T 아무튼 난 Python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Perl보다 나은 이유가 하나도 없다, 적어도 readability 빼곤. ^^;)

     

    미국에 와서 (영어로) 살기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가는데, 영어가 놀랄 정도로 간결하다는 사실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우리말과는 다르게, "무엇을"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조차도 목적어로 취급하기 때문에 목적어를 2개를 쓸 경우가 있는데, 흔히 (혹은 내가 배운 표현으로) "수여동사"가 목적어를 2개 받게 되고, 수여동사로는 give, send, buy 등등(만)이 있다고 알아 왔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다지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Would you explain us your opinion?"라고 해도 자연스럽다. 심지어, get이 수여동사로 쓰이는 (그것도 엄청 자주) 것은 놀랍다. "Would you get us more water?". 난 get은 receive의 의미로만 쓰이는 줄 알았지, give의 의미로 쓰이는 줄은 정말 몰랐다.

     

    우리말로는 "을/를"과 "에게"라는 조사를 붙여 2개의 목적어를 반드시 구별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듣기에 거북할 뿐더라 엄청 헷갈릴 것으로 생각하는데, 목적어로 쓰이는 것이 사람인지 혹은 사물인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사를 (전치사를) 생략해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에 (혹은 사물에) 해당하는 목적어만 두개가 연달아 오는 경우는 따지고 보면 정말 없다.

     

    영어는 contextual language라는 (context-free가 아니라)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 참 맞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말은 "일물일어(一物一語)" 규칙에 더 가깝다고 할까. 물론, 눈(), 눈()처럼 중의적인 단어가 가끔 있기는 하지만, 영어는 거의 대부분(?)의 단어가 복수의 뜻을 가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nipple(젖꼭지)라고 해서 성적 표현에 가까운 단어인 것 같지만, 아래 사진과 같은 자전거 부품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address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데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듣는 것 같다), "발표하다"는 게 아니라 "생각해보다" 내지는 "(간략히) 설명해 주다"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사전을 찾아보니 난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도 같은데, 음... 잘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애드레스"(주소)라고 발음하기 보다는 "어드레스"라고 달리 발음하는 것일까.

     

    C++의 operator overloading 내지는 virtual function처럼, 또는 Haskel의 type class처럼 (혹은 Rust의 trait처럼) 같은 단어가 경우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단어를 많이 외우지 않아도 되니 마냥 좋을 것도 같지만, 막상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에 놀라고 나면 난 왜 저런 기본적인 단어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사실에 가끔 좌절하게 된다. 영어가 어렵다는 이유는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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