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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티 웨건이 그립다.카테고리 없음 2020. 11. 6. 09:44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 5년 정도, 6만 킬로 넘게 라세티 웨건을 탔었다. 기존 라세티와, 앞모습과 전체 크기는 거의 비슷하고 뒷모습이 다르다.
뒷 좌석을 눞히면 웬만한 SUV의 공간이 나와서, 특히 명절 때 애들 엄마와 당시 초등학생 애들 둘은 뒤에 누워서 가곤 했었는데, 하지만 지금도 그리운 것은 정작 그 파워트레인이다.
가솔린 라세티와 동일한 엔진 룸이지만 2000cc 디젤 엔진을 구겨(?) 넣은 터라 힘이 장난이 아니다. 터보차져인데 마력은 121ps (@3,800 rpm)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최대 토크가 28.6 kgm (@2,000 rpm)이라, 그 엔진에 어울리는 SUV에 비하면 무게가 가벼워서 엔진 힘이 넘쳐난다. 마력은 토크에 회전수를 곱한 값이라 최고 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보통의 운전 여건 상 높은 마력을 체감할 정도의 속도까지 내지는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히려 토크가 실제 운전 상황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데, 터보차져라 2000 rpm 정도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액셀을 조금만 밟으면 전혀 힘든 기색 없이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간다. 따라서 속도감이 그리 느껴지지 않으며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160km를 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O.O (잘못한 것이지만, 예전에 전주에 문상을 갔다가 새벽 2시에 3명을 태우고 서둘러서 서울로 올라온 적이 있다, 거의 160km 이상으로 달렸는데 나중에 다들 잠에서 깨어나면서 하는 말이, 그리 빠른 줄은 몰랐다고 했다. 물론, 그 때 이후론 그렇게 달려본 적은 없다. ^^)
덕분에 오르막에서 속도가 잘 줄지 않는다. 중앙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달리 직선 구간이 많고 고속도로치고 오르막이 급한 구간이 꽤 있는데, 오르막에서 액셀을 밟더라도 킥다운 없이 가속할 수 있다. 이는 디젤 엔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변속 단수가 많지 않은 5단 변속기이기 때문인 것도 같다. 흔히 9단, 10단처럼 변속 단수가 많으면 좋으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건 힘이 모자란 엔진에서 힘을 조금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함이며, 힘이 충분하다면 쉬프트 다운을 하지 않고 가속을 하는 편이 액셀 응답성이나 승차감 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3500cc 가솔린 미니밴이 9단-10단 변속기이면, 이는 2500cc 디젤 엔진에 5단-6단 변속기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또한, 디젤 엔진이기 때문에 연비가 꽤 좋은 편인데, 고속도로를 달리면 보통 18 km/l 밑으로 떨어지진 않는다. 서울에서 350km 떨어진 고향을 왕복할 때도 기름을 두 번 주유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경유는 더 싸다, 한국에서. ^^
그 때문일까, 여기 와서도 비슷한 느낌의 차를 고르다 보니 폭스바겐의 Golf Alltrack을 골랐다. 하지만, 디젤 엔진이 아닌 가솔린 엔진이다. 여기는 경유가 비싸다. T.T
1.8L 가솔린 터보 엔진에 토크 199 lb-ft (= 27.5 kgm @1600 rpm)으로 라세티 웨건과 비슷한 토크이다 보니 역시 고속도로 오르막에서 킥다운 없이 가속이 가능하다. 연비도 지난 2년 간 회사에서 출퇴근하면서 42 mpg (= 17.8 km/l)가 보통 나오는데 (겨울에는 떨어짐, 38 mpg 정도) 이 역시 라세티 웨건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가솔린 엔진임에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세티 웨건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라세티를 탈 땐 오르막인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액셀을 그리 많이 밟지 않아도 되었지만, 골프는 그렇지 않다. 액셀을 그보다는 더 밟아야 한다, 속도를 (즉, rpm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선. 그렇다고 킥다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의 차이인 것 같은데... 이것 만큼은 절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라세티 웨건이 가끔 그리운 것은 이 때문이다. T.T